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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극권 라플란드의 동토를 가로지르며 이동하는 순록 떼. 사미족의 삶은 순록이 만들어가는 선에 조응한다. 영화 ‘스톨른’(2024)의 한 장면. 배정한 제공
눈 덮인 동토를 가로지르는 순록 떼의 이동 장면으로 시작하는 스웨덴 영화 ‘스톨른’(Stolen, 감독 엘레 마리아 에이라, 2024). 장대하고 숭고한 라플란드 평원의 침묵과 순백색 풍경 위에 붉은 선 하나가 그어진다. 사미(Sámi)족 소녀 엘사가 자신의 어린 순록이 잔인하게 살해당하는 장면을 목격하며 긴장감이 고조된다. 영화의 제목처럼 도난당한 것은 무엇일까. 사미족이 기르는 순록 몇 릴게임꽁머니 마리일까. 북극권 소수민족이 오랫동안 이어온 생계 수단일까. 영화를 따라가다 보면 질문은 점점 다른 차원으로 옮겨간다. 도난당한 것은 개별 대상이 아니라, 인간과 비인간 생명체가 함께 만들어온 삶의 연속성, 다시 말해 그들이 함께 얽혀 있고 풀어온 ‘선’들이다. 밀렵꾼의 칼날이 순록의 몸을 가르는 사건, 그것은 단지 동물의 죽음이 아니라 한 생태 공동체의 릴게임종류 서사에 대한 난도질이다. 사미족에게 순록은 재산이기 이전에 그들의 삶과 얽혀 함께 응답하는 존재이기 때문이다.
“난 널 소유하지 않아. 그저 빌렸을 뿐이야.” 영화 전체를 관통하는 엘사의 대사가 명시하듯, 사미족에게 순록은 소유물이 아니다. 순록은 이동하며 살아가고, 인간 역시 그 이동을 따라가며 함께한다(togethering). 계절과 온라인릴게임 날씨에 따라 바뀌는 경로, 눈과 바람이 빚어내는 가변의 경관, 순록의 습성과 리듬이 얽혀 삶의 장소를 빚는다. 순록들의 죽음은 단지 재산 피해가 아니라 관계의 찢어짐이다. 엘사가 순록 사체를 마주하는 장면에서 느낀 감정은 슬픔과 분노를 넘어선다. 그것은 함께 이어가고 풀어갈 어떤 선이 끊긴 절망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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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널 소유하지 않아. 그저 빌렸을 뿐이야.” 사미족에게 순록은 소유물이 아니다. 그들은 순록의 이동을 따라가며 함께한다. 영화 ‘스톨른’(2024)의 한 장면. 배정한 제공
이 지점에서 사회인류학자 팀 잉골드의 ‘선(line)의 인류학’을 떠올리지 않을 수 없다. 바다신2게임 그는 사미족에 관한 현장 연구를 시작으로 인간의 삶과 그 장소를 점이나 위치가 아니라 선과 경로로 이해해야 한다고 주장하며, “선의 얽힘과 풀림의 끊임없는 운동”이라는 자신만의 인류학적 렌즈를 다듬어왔다. ‘라인스’(포도밭출판사, 2024)에서 잉골드는 “인간은 걷고, 말하고, 손짓하는 생명체로서 어디에 가거나 선을 만들어낸다”고 통찰한다. 그에게 선은 은유가 아니다. 선은 살아 있는 존재들이 남기는 흔적이며 삶이 이어지는 방식 그 자체다. 삶은 고정된 지점들의 집합이 아니라 움직이며 그리는 궤적이며, 인간은 세계를 바라보는 존재가 아니라 세계 안을 이동하며 거주하는 존재다.
‘스톨른’에서 볼 수 있는 사미족의 삶은 그러한 사고를 극적으로 보여준다. 그들의 세계는 경계로 구획된 공간이 아니라 이동의 선들이 얽혀 포개진 경관이다. 순록의 이동 경로는 지도 위의 추상적 선이 아니라 움직이는 생명체의 자취이며, 인간의 삶은 그 궤적에 응답하며 이어진다. 이때 인간과 순록은 주체와 객체로 분리되지 않는다. 서로는 서로의 삶을 가능하게 하는 조건이다.
또 다른 저서 ‘만들기’(포도밭출판사, 2025)에서 잉골드는 ‘만들기’란 통제나 설계의 결과가 아니라 재료와 환경, 타자의 움직임에 응답하는 과정이라고 재정의한다. 이는 사미족의 순록 돌봄 방식과 정확히 겹친다. 순록을 기른다는 것은 길들이는 것이 아니라 그 움직임에 주의를 기울이면서 조정하며 ‘함께 되어가는(becoming) 것’이다. 이 과정에서 중요한 건 지배가 아니라 감응이고, 계획이 아니라 조응이다. 그러나 영화 ‘스톨른’이 보여주는 현실 세계는 조응의 삶이 지속되기 어려운 조건들로 가득하다. 사미족은 끊임없이 의심받고 차별당하며, 국가의 법과 행정 체계 속에서 주변화된다. 토지는 구획되고, 자원은 관리 대상이 되며, 순록은 숫자로 환산된다. 잉골드가 말하는 선의 관계와 풍경은 점과 경계의 논리로 환원되어 소유권과 규제의 문제가 된다.
인간과 비인간 생명체가 함께 만들어온 삶의 연속성. 그것은 결국 생명의 의지를 타고 다시 이어진다. 영화 ‘스톨른’(2024)의 한 장면. 배정한 제공
‘모든 것은 선을 만든다’(이비, 2024)와 ‘조응’(가망서사, 2024) 등에서 잉골드가 제시한 개념인 ‘조응’(correspondence)은 이 충돌을 이해하는 데 중요한 단서를 제공한다. 조응이란 주체가 대상을 인식하거나 통제하는 방식이 아니다. 상호작용과도 다르다. 그것은 서로의 움직임에 응답하며 함께 변화하는 관계이자 서로의 흐름을 따라가는 과정이다. 사미족과 순록의 관계는 보호나 공존이라는 윤리적 슬로건으로 설명되기보다는, 이러한 조응의 관계로 이해될 수 있다. 순록의 죽음을 마주한 엘사는 연민의 관찰자가 아니라 그 고통에 응답하는 존재다.
영화가 던지는 질문은 북극권 소수민족의 문제에 국한되지 않는다. 개발과 보존, 인간과 비인간, 중심과 주변이라는 익숙한 대립 구도 너머에서, 우리는 어떤 삶의 방식을 정상으로 간주해왔는지 묻게 된다. 우리는 정주, 소유, 통제를 근대 사회의 기본 질서로 당연하게 여겨왔다. 얽히고 풀리면서 선을 따라가는 삶은 비효율적이고 비합리적인 것으로 취급된다. 하지만 그 선을 끊고 세계를 경계로 재단해온 방식은 과연 지속가능한가. 인류세와 기후위기, 행성적 도시화를 겪는 지금, 인간과 비인간의 관계를 다시 사유해야 한다는 요구가 점점 커지고 있다. 그러나 그 해법은 주로 새로운 관리 체계나 기술적 해결책으로만 수렴된다. ‘스톨른’과 잉골드의 인류학이 우리에게 제안하는 것은 다른 방향이다. 그것은 세계를 선으로 읽는 것, 인간이 선을 따라 조응하며 살아가는 존재임을 인정하는 일이다.
‘스톨른’의 마지막 장면은 지평선을 따라 이어지는 순록들의 행렬이다. 그들이 그려내는 선은 때로 눈보라에 지워지고 인간의 칼날에 끊기기도 하지만, 결국 생명의 의지를 타고 다시 이어진다. 무엇이 도난당했는지 묻는 이 영화는, 동시에 무엇을 다시 이어야 하는지 묻는다. 잉골드는 삶은 선 위에서 이루어진다고 말한다. 그러한 삶은 사라진 과거가 아니라, 여전히 존재하지만 제대로 보이지 않는 현재다. ‘스톨른’은 그 현재를 잠시 가시화한다. 우리가 살아가는 세계에서 어떤 선들이 끊어지고 있을까. 영화는 이 질문을 끊어진 삶의 현장에서 우리에게 던진다.
배정한 서울대학교 조경학과 교수·‘공원의 위로’ 저자
눈 덮인 동토를 가로지르는 순록 떼의 이동 장면으로 시작하는 스웨덴 영화 ‘스톨른’(Stolen, 감독 엘레 마리아 에이라, 2024). 장대하고 숭고한 라플란드 평원의 침묵과 순백색 풍경 위에 붉은 선 하나가 그어진다. 사미(Sámi)족 소녀 엘사가 자신의 어린 순록이 잔인하게 살해당하는 장면을 목격하며 긴장감이 고조된다. 영화의 제목처럼 도난당한 것은 무엇일까. 사미족이 기르는 순록 몇 릴게임꽁머니 마리일까. 북극권 소수민족이 오랫동안 이어온 생계 수단일까. 영화를 따라가다 보면 질문은 점점 다른 차원으로 옮겨간다. 도난당한 것은 개별 대상이 아니라, 인간과 비인간 생명체가 함께 만들어온 삶의 연속성, 다시 말해 그들이 함께 얽혀 있고 풀어온 ‘선’들이다. 밀렵꾼의 칼날이 순록의 몸을 가르는 사건, 그것은 단지 동물의 죽음이 아니라 한 생태 공동체의 릴게임종류 서사에 대한 난도질이다. 사미족에게 순록은 재산이기 이전에 그들의 삶과 얽혀 함께 응답하는 존재이기 때문이다.
“난 널 소유하지 않아. 그저 빌렸을 뿐이야.” 영화 전체를 관통하는 엘사의 대사가 명시하듯, 사미족에게 순록은 소유물이 아니다. 순록은 이동하며 살아가고, 인간 역시 그 이동을 따라가며 함께한다(togethering). 계절과 온라인릴게임 날씨에 따라 바뀌는 경로, 눈과 바람이 빚어내는 가변의 경관, 순록의 습성과 리듬이 얽혀 삶의 장소를 빚는다. 순록들의 죽음은 단지 재산 피해가 아니라 관계의 찢어짐이다. 엘사가 순록 사체를 마주하는 장면에서 느낀 감정은 슬픔과 분노를 넘어선다. 그것은 함께 이어가고 풀어갈 어떤 선이 끊긴 절망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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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톨른’에서 볼 수 있는 사미족의 삶은 그러한 사고를 극적으로 보여준다. 그들의 세계는 경계로 구획된 공간이 아니라 이동의 선들이 얽혀 포개진 경관이다. 순록의 이동 경로는 지도 위의 추상적 선이 아니라 움직이는 생명체의 자취이며, 인간의 삶은 그 궤적에 응답하며 이어진다. 이때 인간과 순록은 주체와 객체로 분리되지 않는다. 서로는 서로의 삶을 가능하게 하는 조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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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톨른’의 마지막 장면은 지평선을 따라 이어지는 순록들의 행렬이다. 그들이 그려내는 선은 때로 눈보라에 지워지고 인간의 칼날에 끊기기도 하지만, 결국 생명의 의지를 타고 다시 이어진다. 무엇이 도난당했는지 묻는 이 영화는, 동시에 무엇을 다시 이어야 하는지 묻는다. 잉골드는 삶은 선 위에서 이루어진다고 말한다. 그러한 삶은 사라진 과거가 아니라, 여전히 존재하지만 제대로 보이지 않는 현재다. ‘스톨른’은 그 현재를 잠시 가시화한다. 우리가 살아가는 세계에서 어떤 선들이 끊어지고 있을까. 영화는 이 질문을 끊어진 삶의 현장에서 우리에게 던진다.
배정한 서울대학교 조경학과 교수·‘공원의 위로’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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