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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이 진심으로 반성했다면 피해자 3대 후손인 저까지 법정 투쟁을 하는 일은 없었을 겁니다.”
일본 야스쿠니신사에 무단 합사된 조선인 희생자 유족인 박선엽(56)씨는 낯선 땅에서 소송을 시작하게 된 속내를 이렇게 설명했다. 그는 17일 한겨레와 이메일 인터뷰에서 “일제강점기 강제 징집됐던 할아버지가 돌아가신 지 80여년이 지났지만 혼은 아직 가족 품에 돌아오지 못하고 있다”며 “일제의 희생양이 된 채로 군국주의의 상징인 야스쿠니신사에 갇 우리은행 자소서 항목 혀있다”고 답답함을 토로했다.
박씨는 일제강점기 강제징집됐다 희생된 할아버지 고 박헌태씨가 지금도 야스쿠니신사에 합사돼 있는 것에 대해 19일 도쿄 지방재판소에 ‘합사 취소’ 소송을 내기로 했다. 그의 할아버지는 1944년 일본 육군으로 끌려가 그해 중국 안후이성에서 총상을 입고 사망했다. 비극은 끝이 아니었다. 그는 ‘나카하라 헌태’라는 분할상환대출 창씨개명 이름으로 태평양 전쟁 에이(A)급 전범들과 함께 야스쿠니신사에 1959년 무단 합사됐다. 야스쿠니신사 누리집은 “나라의 태평함을 일념으로 존귀한 생명을 바친 이들의 혼령들이 모셔져 있으며 그 수가 246만6천기에 이른다”고 설명하고 있다. 이 가운데는 박씨의 할아버지처럼 본인 뜻과 상관없이 합사된 조선인 2만여명이 포함된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겠습니다 1990년대 들어 뒤늦게 합사 사실을 알려졌고, 2001년 ‘재한 군인·군속 피해자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 야스쿠니 합사 문제가 포함됐지만 10년 소송 끝에 패소했다. 이어 일부 유족들이 2007년 도쿄 지방재판소에 ‘무단 합사 철폐’ 1차 소송을 냈지만, 이번에는 도쿄 고등재판소가 6년 만에 기각 판결을 내렸다. 2013년 시작된 ‘2차 특이 소송’ 역시 올해 1월 최고재판소가 ‘1959년 합사가 이뤄진 만큼 제척 기간(소송 가능 기간) 20년이 지났다’는 이유로 최종 기각 판결을 내렸다. 박씨의 아버지와 할머니가 각각 ‘군인·군속 소송’(2001년)과 ‘합사 철폐 1차 소송’(2007년) 원고로 참여한 바 있다.



연말정산 비과세 지난 1월 일본 도쿄 최고재판소가 야스쿠니신사 조선인 합사 철폐 소송에 기각 판결을 내린 뒤 시민단체 회원들이 이를 비판하는 집회를 열고 있다. 도쿄/홍석재 특파원 forchis@hani.co.kr


하지만 잘못된 과거사를 바로 잡으려는 싸움은 끝나지 않았다. 앞서 유족 자격으로 재판을 참관했던 박씨가 이번에는 원고로 ‘합사 철폐 3차 소송’에 나서게 된 것이다. 박씨를 포함한 가족 3명과 또 다른 유족 3명 등 모두 6명이 원고 소송단에 참여하기로 했다. 희생자의 손주 세대가 소송에 나선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박씨는 “저희 부모님 세대의 ‘합사 철폐’ 노력은 일본 법원의 이해하기 힘든 논리로 패소했지만 이제 저희 세대가 그 노력을 이어가려고 한다”며 “이 싸움을 다음 세대에게 물려주지 않겠다는 각오로 소송을 시작한다”고 말했다.
그는 지난 1월 최고재판소 판결 때 유족들 손을 들어준 소수 의견에 기대를 걸고 있다. 당시 미우라 마모루 최고재판소 재판관은 소수 의견에서 “유족들이 합사를 동의하지 않은 점, 일본과 한국의 역사적 관계, 야스쿠니신사의 역할 등을 비춰보면 (합사로 인해) 평온한 정신생활을 유지하는 데 방해를 받았다는 주장에 이유가 있다”고 밝힌 바 있다. 또 최고재판소가 소송 기각 근거로 든 ‘제척기간 경과’와 관련해서도 “원고들의 피해는 합사 행위 등을 인지한 뒤에야 발생하는데 이 시점을 고려하지 않고 제척 기간을 인정한 것은 피해자에게 현저하게 가혹하고 불합리하다”고 지적한 바 있다. 박씨는 “당시 소수 의견에 주목하고 있다”며 “피해자와 유족의 기본적 인권에 초점을 맞춰 다시 투쟁을 시작해야 한다는 생각”이라고 말했다.
앞선 소송들이 25년이 걸렸던 만큼 이번에도 긴 싸움이 불가피한 것으로 보인다. 그는 “분명한 건 할아버지의 영혼은 돌아가신 뒤에도 자유롭지 못하다는 것이며 지금이라도 편히 쉴 수 있게 해드리고 싶다는 마음으로 소송에 나섰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애초 일본 정부의 반성이나 사죄 의지가 있었다면 소송은 시작되지도, 길게 이어지지도 않았을 것”이라며 “소송 결과를 예단할 수 없지만 앞선 상황을 봤을 때 쉽지 않을 거라고 각오하고 있다”고 말했다.
도쿄/홍석재 특파원 forchi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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