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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시설물은 계단 이동 보조를 위한 시설물로서 아래 사항에 대한 이용 준수를 부탁드립니다. 자전거·킥보드 금지, 유모차 금지, 휠체어 금지.”
한 누리꾼이 사회관계망서비스 엑스(X·옛 트위터)에 올린 글과 사진이 빠르게 번졌다. 서울지하철 9호선 가양역에 설치된 이동보조 경사로에 적힌 안내 문구였다. 사진과 함께 이 누리꾼은 “지하철에서 이 경사로 보고 존재 의의가 뭔지, 내가 한글을 못 읽는 건지 깊생(깊게 생각) 함”이라고 기업은행 햇살론 적었다. ‘이동 보조 경사로’가 애초 휠체어, 유아차 등 바퀴 달린 보조 기구의 도움을 필요로 이동약자를 위한 시설물이라는 통념을 뒤엎는 ‘금지 안내문’을 보고 느낀 당혹감을 토로한 것이다. 이 게시글에는 1만여명이 ‘좋아요’를 눌러 공감을 표시했다.
경사로의 정체를 살펴보기 위해 한겨레가 가양역을 찾아가 보니, 논란의 이동 보조 경사로와 일시상환이란 안내문은 가양역 지하 1층 개찰구에서 나와 1번, 10번 출구로 향하는 4단짜리 계단 옆에 각각 설치돼 있었다. 하지만 계단과 경사로를 지나자, 지상으로 올라가는 에스컬레이터가 나왔다. “휠체어, 유아차 이용 금지”라는 안내 문구를 적은 이유였다. 휠체어 등 이용자가 계단 옆 경사로를 오르더라도, 에스컬레이터 이용이 불가능해 헛걸음하게 되는 구조였다.
서울대학교 대학원


서울지하철 9호선 가양역 지하1층 개찰구 옆에 설치된 계단과 경사로 위에 1번 출구로 향하는 에스컬레이터가 설치된 모습. 정인선 기자


‘경사로를 오르면 에스컬레이터가 있다’는 정보가 생략돼 벌어진 해프닝이지만, 이동권 등기부등본 보장의 의미를 되새겨볼 수 있는 대목도 있다. 홍윤희 사단법인 무의 이사장은 “무작정 ‘휠체어·유모차 이용 금지’라고 안내할 게 아니라, 이동약자들이 어디로 움직여야 엘리베이터를 타고 안전하게 지상으로 이동할 수 있는지 상세히 안내했다면 벌어지지 않았을 해프닝”이라고 했다.
실제 가양역 ‘휠체어 등 금지’ 안내문이 있는 1·10번 출구가 생애첫주택구입대출 나란히 있는 개찰구 주변에서는 지상으로 향하는 엘리베이터 위치를 안내하는 표지판을 찾기 어려웠다.
지하철 역사 내 기둥 한 군데에 안내도가 있었다. 안내도에서 힘들게 엘리베이터의 위치를 찾는다 해도, 지하 2층 승강장으로 내려가는 또 다른 엘리베이터 두 대와 지상으로 향하는 엘리베이터가 명확히 구분되지 않았다. 가양역에 유아차를 몰거나 휠체어를 타고 처음 오는 경우라면 한참을 헤맬 수밖에 없어 보였다.
홍 이사장은 “지하철역이 누구에게도 답답한 미로가 돼서는 안 되는데, 교통약자를 고려한 환승·이동 안내 표지가 부족하고, 표지가 있다고 하더라도 표현 등이 직관적이지 않은 경우가 많아 개선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서울지하철 9호선 가양역 1, 10번출구 방면 개찰구와 2∼9번출구 방면 개찰구 사이에 엘리베이터와 에스컬레이터 등의 위치를 알리는 표지판이 설치돼 있지만, 어느 엘리베이터가 각각 지상 또는 지하2층 승강장으로 향하는 것인지 구분이 불분명하다. 정인선 기자


정인선 기자 re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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