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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트기 전, 열아홉 살 시몽 랭브르는 친구들과 함께 거대한 파도를 찾아 바다로 향한다. 차가운 바닷물 속에서 가장 뜨거운 생의 감각을 느끼고 돌아오던 길, 차량이 미끄러지는 사고가 발생한다. 안전벨트를 매지 않았던 시몽은 뇌사 상태에 빠진다. 육체는 여전히 따뜻하고 심장은 힘차게 박동하지만, 뇌 기능은 영구히 정지된 ‘코마’ 상태다. 시몽 부모가 이 비현실적인 죽음을 받아들이기도 전에, 병원은 장기 기증이라는 잔혹하고도 고귀한 선택지를 제시한다.
ⓒ프로젝트그룹 일다
바다신게임 지난달 13일 서울 중구 국립정동극장에서 막을 올린 연극 ‘살아있는 자를 수선하기’는 19세 청년 시몽의 심장이 멈추지 않고 파리의 50대 여성 클레르에게 이식되기까지, 긴박하게 흘러가는 24시간의 기록이다.
프랑스 작가 마일리스 드 케랑갈의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한 이 작품은 2015년 프랑스에서 연극으로 초연했고, 이듬해 영화로 제 황금성슬롯 작됐다. 한국에선 민새롬 연출이 각색해 2019년 처음 무대에 올려져 올해 다섯 번째 시즌을 맞이했다. 국립정동극장 무대에 오른 이번 시즌 역시 작품이 가진 텍스트 힘과 연극적 상상력의 본질을 증명한다.
서사는 한 인간의 죽음에서 출발하지만, 슬픔에 함몰되지 않는다. 대신 그 죽음이 어떻게 다른 생명으로 연결되는지, 그 과정에 개입한 의료 릴게임예시 진과 코디네이터, 유가족들이 각자의 위치에서 삶을 어떻게 ‘수선’해 나가는지를 건조하고도 집요하게 추적한다.
무대 연출은 철저히 미니멀리즘을 따른다. 거창한 세트 대신 텅 빈 무대 중앙에 놓인 긴 테이블 하나와 의자가 전부다. 이 간결한 공간을 채우는 것은 오로지 배우 신체와 조명, 그리고 사운드다. 특히 사운드 디자인은 이 극의 또 다른 바다이야기슬롯 주인공이다. 시몽이 탔던 서핑보드를 때리는 파도 소리, 병원 기계의 규칙적인 비프음, 그리고 무엇보다 끊임없이 이어지는 심장 박동 소리는 관객의 청각을 자극하며 보이지 않는 긴장감을 형상화한다. 조명은 핀 조명 하나로 공간을 분할하고 시간을 이동시키며, 관객 시선을 배우의 미세한 표정 변화로 집중하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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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젝트그룹 일다
이 작품의 백미는 단연 1인극이라는 형식이다. 한 명의 배우가 해설자이자 시몽이며, 동시에 장기 이식 코디네이터 토마이고, 의사 피에르이자, 시몽의 어머니 마리안 그리고 심장을 이식받는 클레르 등을 비롯해 무려 16개 배역을 소화한다. 공연이 진행되는 내내 암전이나 의상 교체는 거의 없다. 배우는 오직 목소리의 톤과 어깨의 각도, 시선의 방향, 호흡의 변화만으로 성별과 나이, 직업이 다른 인물들을 무대 위로 소환한다.
이번 시즌 무대에 선 김신록은 이 방대한 텍스트 파도를 가장 지적이고 정교하게 타는 서퍼다. 김신록 연기는 감정을 폭발시키기보다 해부학적으로 분석해 전달하는 데 방점을 둔다. 그는 쏟아지는 의학 용어와 문학적인 묘사들을 정확한 딕션으로 씹어 뱉으며, 텍스트가 가진 리듬감을 극대화한다.
인물과 인물 사이 경계를 유려하게 넘나든다. 자식을 잃은 어머니의 무너져 내리는 슬픔을 연기하다가도, 찰나의 순간 냉철한 의사로 변모하여 사망 선고를 내린다. 그의 연기에서 눈여겨볼 점은 ‘거리두기’다. 배우가 캐릭터에 완전히 매몰되지 않고, 그 상황을 객관적으로 조망하는 화자의 위치를 견지함으로써 관객 역시 슬픔이라는 감정에 매몰되지 않고 ‘생명 이식’이라는 숭고한 과정 자체에 집중하게 만든다. 특히 시몽의 심장을 적출하고 이송하는 과정에서 보인 역동적인 신체 움직임은 마치 정교한 무용을 보는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킨다.
연극 ‘살아있는 자를 수선하기’는 보여주는 연극이 아니라 상상하게 만드는 연극이다. 무대 위에는 피 한 방울 튀지 않지만, 관객은 붉게 뛰는 심장의 생명력을 목격한다. 100분간 쉼 없이 몰아친 김신록의 단단한 신체와 목소리를 통과한 텍스트들은 파도처럼 객석으로 밀려와, 삶과 죽음의 경계에 선 인간의 존엄에 대해 묵직한 질문을 남긴다. 공연은 3월 8일까지 국립정동극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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