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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호 작가가 영국 런던 자신의 집 정원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김민호 작가 제공
"정원사가 되고 얼마간은 무궁화에 크게 관심이 없었다. 왜인지 고급스러운 영국 장미들에 비해 조금은 촌스럽다고까지 생각했다. 그러나 많은 꽃을 알게 된 10년 차 정원사에게 무궁화는 유독 반갑고 그리운 고향의 꽃이다. 고향을 촌스럽다 여겼던 것도, 무궁화를 외면했던 것도, 그때의 내가 작았기 때문이라는 것을 이제는 안다."
김민호 '영국 정원 일기'에서
대학 시절 만난 프랑스인 아내와 바다이야기꽁머니 2011년 영국에 정착하고, 4년 뒤 첫째가 태어나면서 대기업을 나와 가정주부를 자처했다. 유달리 눈물이 많았던 아이는 달그닥거리는 유아차에서 그나마 낮잠을 잤고, 그렇게 몇 시간이고 동네를 걷다 보면 눈에 들어오는 게 다른 집 정원이었다. 긴 산책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오면 텔레비전에서 흘러나오는 정원 관리 프로그램 소리에 귀가 쫑긋 섰다.
릴게임오션파라다이스 런던에서 두 아이를 키우며 정원사로 일하고 있는 김민호 작가의 이야기다. 부산 해운대구에서 태어나 친구들과 뒷산을 뛰어다니며 메뚜기를 잡는 게 취미였던 소년, 멀리 떠나는 여행의 설렘보다는 자취방 베란다 다육식물들과의 평온함을 택했던 청년은 어느새 이국의 토양에 뿌리내린 존재가 됐다. 그리고 그간의 기록을 최근 '영국 정원 일기'(판미동 발행)로 출간했 온라인야마토게임 다.
문화도 낯선 땅에서 정원사라는 생경한 직업을 갖는 게 쉬울 리 없었다. 자격증이 있으면 나을까 싶어 아이가 자는 틈틈이 영국 왕립원예학회 정원사 과정을 공부했다. 자랑스러운 아빠가 되겠다는 목표를 세운 덕일까, 남들은 1, 2년 걸리는 시험을 수험 생활 6개월 만에 통과했다. 30개가량의 회사에 이력서를 보냈고 운 좋게 한 곳에서 면 바다이야기오락실 접을 보러 오라는 회신을 받았다.
김민호 작가의 손님인 빅키 아주머니 정원에 아스타린티아가 피어있다. 김민호 작가 제공
반 년 뒤 이쯤이면 실무를 익혔다 싶어 홀로서기에 나섰지만 손님을 구할 방법이 마땅치 않았다. 바다이야기APK '식물에 대한 내 진심을 전하자.' 색종이 봉투 형태로 만든 전단지에 야생화 씨앗을 담아 집 주변을 돌아다녔다. "가장 먼저 연락을 주셨던 건 멧 아저씨였어요. 자기 정원에 하루 종일 있어도 된다고 하시길래 처음엔 정말 그랬죠." 1일 한국일보와 화상으로 만난 김 작가가 웃으며 말했다.
이제는 동료 한 명과 60~70개 정원을 관리하는 베테랑이 된 그가 일을 시작한 10년 전이나 지금이나 정원을 가꿀 때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건 '장소에 맞는 식물을 키우는 것'이라고. 환경에 맞지 않는 꽃이나 나무를 키우고 싶어하는 고객에겐 애써 노력하기보다 다른 품종을 기르길 권한단다. "정원도 자연의 일부잖아요. 자연이 되어 있는 대로 정원을 돌보려고 하죠."
좋아하는 식물을 마음껏 볼 수 있다는 사실만큼이나 이 직업이 각별한 건 자기 존재를 증명하지 않아도 된다는 점 때문이다. "외국 생활을 하다 보면 자아가 희미해져요. 사랑하는 직업을 갖고 있다는 게 절 지탱해주죠. 식물 덕에 위안도 얻고요." 갓 옮겨 심은 식물에 한국말로 응원을 보내는 순간이, 그에겐 한국인으로서 정체성을 확인하는 순간이다.
김민호 작가의 첫째 딸 래아가 등나무 아래에서 그림을 그리고 있다. 김민호 작가 제공
한국의 풍경도 새삼 달리 보인다고. 정원사 공부를 할 적에 '산딸나무의 고향이 한국·중국·일본'이란 내용에 갸우뚱했는데, 언젠가 한국의 시골 국도변에 만발한 산딸나무를 보고 경탄했던 일을 떠올렸다. 한국 정원의 특징을 묻는 질문에 김 작가는 "부모님댁 뒷산에 난 단풍나무를 뽑아 정원에 심자고 했더니 '지천에 널렸는데 여기 와서 보면 그만이지'라고 하시더라"고 에둘러 답했다.
김 작가가 제일 좋아하는 식물도 깻잎이었다. 아이들이 다니는 한글학교 학부모를 통해 알게 된 꽃집에서 한국인 사장에게 얻어온 모종을 키워 고객에게 선물로 나눈 적도 있다. "깻잎을 보면 한국 생각이 많이 나요. 아이들도 좋아하고요. 깻잎을 식탁에 올릴 때면 아이들에게 한국 부모님댁에서 먹었던 장아찌 얘기를 하면서 '할아버지, 할머니가 주시는 음식이야' 말하곤 하죠."
10년간 써온 일기를 책으로 낸 소회를 물었다. 그는 "마음이 힘든 독자분이 계시다면, 정원에 비바람이 불어도 계절의 변화는 단단한 것처럼 오늘 힘든 하루를 보냈더라도 단단한 삶을 살고 있다고 생각하셨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가끔 스스로가 초라하게 느껴질 때가 있더라고요. 그런데 내가 지켜내야 할 존재가 있다고 생각하면 그게 힘이 돼요. 식물 한번, 키워 보세요."
영국 정원 일기·김민호 지음·판미동 발행·308쪽·1만8,000원
최다원 기자 da1@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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